생명연습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생명연습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김승옥

문학동네 · 2014

문학적 젊음의 영원한 표상, 김승옥의 대표 작품을 만난다!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빛나는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권 『생명연습』.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자 구성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첫 번째 작품은 한국소설의 새로운 기원을 연 김승옥의 대표 중단편을 엮었다. 무조건적인 불안의식을 반복적으로 서술하던 전후세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모든 문학적 출발의 원형이 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살아 있는 인간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일지인 《생명연습》, 지금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두 소설 《환상수첩》과 《무진기행》 등 청년성과 낭만성이 담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의 삶을 절대적인 권태와 허무 속으로 밀어 넣는 현대문명사회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에 담긴 김승옥 문학의 빼어난 본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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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문장

"저 학생 아나?"

✨ 인상 깊은 구절

p. 34

'자기 세계'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몇 명 나는 알고 있는 셈이다. '자기 세계'라면 분명히 남의 세계와는 다른것으로 마치 함락시킬 수 없는 성곽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p. 34

'자기 세계'를 가졌다고 하는 일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

p. 36

하나의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한마디로 얼마나 기막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과정 속에는 번득이는 철편이 눈 뜰수 없는 현기증이 있고 끈덕진 살의가 있고 .....

p. 39

소라 껍데기 같은 나의 마음속에 잊지 않으니라 담아 두던 노랫소리의 빛깔로 하여 형의 이런 계획은 당연하나고 주억거릴 수 있었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

p. 43

누나와 나는 그다음 날 저녁 등대가 있는 낭떠러지에서 밤 파도가 으르릉대는 해변으로 형을 떠밀었다. 우리는 결국 형 쪽을 택한 것이다.

📝 감상문

첫 줄의 의미

주인공은 교수와 대화하던 중, 눈썹을 밀고 다니는 한 학생(연상의 매개체)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이를 계기로 주인공의 유년 시절과 교수의 일화,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각자의 세계를 알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말하는 자기 세계는 성벽에 핀 장미꽃이 아닌, 지하실의 거미줄이다. 이는 액자식 구성으로 교차되어 표현된다. 소설 속 작중 인물의 자기 세계에 대해 기록해 보자

자기 세계

주인공의 세계

냉소적이고 관조적 태도의 세계이다. 주인공이 유년 시절, 전란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형의 죽음으로 인한 어머니의 정신 이상 그리고 형의 죽음 등으로 냉소적이고 관조적 태도로 일관한다.

형의 세계

독특하고 병질의 세계이다. 주인공이 유년 시절, 전란에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의 불륜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더욱이 건강상의 이유로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자신을 불운하다고 여기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형의 자기만의 세계는 성벽 아래 지하실에 핀 거미줄 같아서 불륜하는 어머니를 죽이려 한다. 누나가 회유하려 어머니는 아버지를 아직도 찾고 있다고 설득하지만, 누나의 세계와 부딪혀 누나와 주인공이 형을 절벽 아래 떠밀지만, 다시 살아 돌아온다. 하지만 결국 자기 세계를 지키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교수의 세계

폐쇄적이고 나르시시스트적인 세계이다. 사랑과 출세에 고민하던 교수는 유학길에 오르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 사랑하던 사람을 강제로 범한다.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이며 비밀을 꽁꽁 감추고 있는 세계이다.

결론

지금의 정치적·사회적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좌는 우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우는 좌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상식을 말하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은 같은 편향에서 옹호받는다. 갈라치기는 심해지고, 성벽 아래 지하실에 핀 거미줄은 끊어지지 않는 철의 사슬이 되어 간다. 서로 엉키고설켜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있다. 자멸한다. 모든 것이.


부록

김승옥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 하나씩 있다. 《생명연습》에서는 어머니를 죽이려 하는 형을 주인공과 누나가 절벽 아래로 미는데 이때, “형의 편에 섰다”라고 한다. 처음에 이 문장이 이해가 안 갔는데 나는 형을 이해했다. 형이 자기 세계를 지키려 한 것처럼, 즉 형처럼 나도 나의 세계를 지켰다. 라고 나는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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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스토리라인을 반전시켜 시로 담아냈다.

우리의 세계

살을 에는 바람 부는 어느 겨울 새벽.

아버지와 목욕탕에 간 날.

서로의 등을 밀어주니.

철사는 국수가 되어 흐물 흐물 풀어져.

따뜻한 온탕에.

목욕탕을 나오니 바람은 잠잠해.

온 세상을 밝히는 해가 하늘에 떠 있네.